일본 정부는 2022년부터 방위비 증액을 추진했다. 당시 2027년까지 5년간 방위비를 총 43조엔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보장전략(NSS)’ 등 안보 3문서를 개정했다. 계획대로 예산을 편성하면 일본은 2027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군사 대국에 등극한다.
1976년 이후 군사 대국화를 막기 위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로 유지해 온 원칙도 폐기됐다. 지난해 방위비 예산은 전년 대비 26.4% 늘어 GDP의 1.19%를 기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지난해 전체 국방비의 57.8%를 차지했다. NATO 동맹국(미국 제외)의 국방 지출 규모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한 뒤 지난해까지 32% 늘었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전력을 증강한 결과다. 독일은 올해 옛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예산의 2%를 초과하는 국방비를 책정했고, 중립국 스위스도 2028년까지 국방비를 19% 늘리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이달 역내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발표할 계획이다. EDIS 초안에는 무기 개발 관련 연구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산 관련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에서도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며 군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29년 연속 국방 예산을 증액했다. 지난해 국방비 지출액은 1조5500억위안(약 286조원)에 이른다. 이는 아시아 지역 국방비의 43%를 차지한다. 2020~2021년 GDP의 6%대였던 국방비 비율을 2022~2023년 7%대로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도 7% 이상으로 편성할 전망이다. 대만도 지난해 국방 예산을 6068억대만달러(약 25조원)로 책정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앞으로 세계 국방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돼서다. 미국 리서치업체 울프리서치의 마일스 월튼 방산부문 애널리스트는 “더 강한 힘을 갖추기 위한 경쟁이 방위비 지출의 주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가 군비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